결혼식 배포 후기
2023년 11월 4일 ! 드디어 1년 간의 스프린트를 마치고 결혼식을 세상에 배포했다 !
11월 4일 쯤 결혼하자는 얘기는 현 아내와 2022년 9월 경 부터 나눴던 것 같다.
그때 당시의 나는 막연하게 "그때는 취업이 되어있겠지", "그때는 돈이 준비가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 맞다.. 그 당시의 나는 대학교를 재입학해 4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었다. )
나이 30에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 심지어 결혼 준비 중인 학생이라니 ...
대학교에 가면, "네? 결혼을 준비하고 계신다구요 ? " 라는 소리를 듣고
결혼 준비 모임에 가면 "네 ? 신랑분 아직 학생이시라구요 ? " 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나는 어딜 가도 이상한 신분? 인 예비 신랑이었다.
그렇기에 준비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나의 어머님은 아직 취업도 하지 못한 나이 많은 아가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되셨는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셨다.
더군다나 준비하던 SSAFY, SW 마에스트로 등 준비하던 것들이 면접에서 미끄러졌다. ( SSAFY는 지방 합격이라 결혼 준비를 위해 가지 못했다 ... )
그렇게 준비했던 것들을 뒤로한채 취업 시장에 문을 두드리기로 했고 40~50 여 건의 이력서를 넣은 결과 나를 받아준 지금의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최고의 복지에 최고의 연봉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힘든 시기에 만나게 된 회사인 데다가 너무 좋은 사수와 너무 좋은 팀원들 그리고 정말 주님이 나를 사용하기 위해 부르신 것인지 교회 관련 프로젝트까지 맡게 되어 너무 감사하게 다니고 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취업을 2023년 8월에 하게 되었다.
결혼 3개월 전에 취업한 신랑이라니 ! 세상이 놀랄 일이다. 왜냐면 나도 놀랐으니까 ! 이렇게 취업이 늦어질 줄은 몰랐으니까 !
이재 취업도 했겠다. 본격적으로 상견례와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
지금 이 말에 놀라신 분들이 계실텐데 읽으신 것이 사실입니다 .. 결혼 날짜는 정했지만 상견례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어머님께서 취업 후에 상견례를 하고 싶다고 하셨고 결국 우리 어머니는... 상견례 자리에서 막내아들을 보내는 것이 아쉬우셨는지 눈물을 흘리셨다 ... ( 여담이지만 나는 누나가 둘 있고 나의 아내와 나의 두 매형들은 상견례 피해자 모임을 결성했다고 한다 )
결혼식은 교회에서 진행하기로 했기에 부페,꽃장식,포토테이블, 어쩌고 저쩌고 ...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 결혼식장이 아닌 교회에서 하다보니 정~~~말 하나하나 준비할게 너무 많았고 부탁드려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회사는 일이 또 왜이렇게 많은지 ... 야근 또는 결혼 준비의 연속이었고 매일매일 6시간도 자지 못하는 삶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의 아내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 내가 야근을 할 때면 혼자 결혼 준비하느라 많이 애썼다. ( 다시 한번 너무 고맙습니다 조선생님 )
한번은 내가 오늘도 야근을 해야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하니 아내가 "너 결혼 안 할 거야?" 라고 말하는데 순간 가슴이 철렁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집으로 달려간 일도 있었다.
( 그러다 보니 열심히 이어오던 나의 깃허브 잔디는 약 5~6주간 방치 되었다 .. 다시 열심히 돌보아 줄게 나의 잔디밭아 ! )
그리고 결혼식 전 날 ... 정말 폭풍전야였다...
아내와 장모님이 한 판 하시고 냉전.. 나는 두 분을 모두 찾아가며 잘 해보자 예비사위/예비남편이 잘 하겠다 하며 달랬고 아내는 속이 많이 상했는지 끝내 한 잠도 자지 못하고 결혼식 날이 밝았다.
( 그래도 결혼식에 와주신 나의 아내와 장모님... 두 분 모두 너무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
드디어 대망의 2023년 11월 4일 대망의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
6시 반에 일어나 씻고
7시 메이크업을 받으러 가고 ( 신랑은 사실 .. 가서 시간이 많이 남는다 신부 사진도 찍어주고 잠도 좀 자고 하자 )
11시에 교회에 도착해 짐도 나르고 사지도 미리 좀 찍고 ( 짐 나르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머리가 헝클어졌다 ㅠㅠ 비싼 돈 주고 했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예비 신랑이 있다면 결혼식 날은 조금만 이기적으로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 )
12시에는 본격적으로 하객맞이를 시작했다.
어무니 지인들 누나들 지인들 매형들 지인들 내 지인들 .. 정말 너무 정신이 없었다..
그러고 정신을 차려보니 헬퍼 이모님이 찾아 오셔서 이제 입장할 차례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앞을 보니 어머님들이 입장하셔서 화촉점화를 하고 계셨다...
어머님을 보니 벌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입장 시간 ! 아내가 오르가니스트까지 섭외하고 심혈을 기울여 선곡하 오르간 곡이 너무 긴장한 탓에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 다시 들어보니 너무 감동이었다.. 멋진 연주 감사합니다 오르간 선생님 그리고 골라준 나의 아내님 너무 감사합니다 )
그리고 신부 입장 시간... 매일 보던 나의 아내였지만 저기서 아내가 장인어른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데 너무 아름답고 이제서야 결혼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 눈물이 또 그렁그렁했다... 아버님께 아내를 인수인계 받는데... 그 와중에 아내는 악수만하지 말고 신랑 안아주라고 아버님을 혼냈다... 역시 똑부러진 우리 아내님 ...
그렇게 함께 강대상에 아내님과 함께 올랐다.
설교를 듣고 신랑 서약을 하게 되었다. 신랑 서약 중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라는 멘트가 있었는데 그 말을 하는데 지금까지 나와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준 와이프가 너무 고맙고 너무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들어 결국 참고 참던 눈물이 흐르고야 말았다. 누구보다 씩씩하게 대답해야 하는 자리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감사하게 하객 분들은 그런 나를 기다려 주셨고 끝내 신랑서약을 마칠 수 있었다. ( 다른 사람이 봤으면 팔려가는줄 알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의 아내님은 똑부러지게 신부서약을 했다.
그리고 이제 양가부모님께 인사 드리는데 ... 너무 눈물이 나서 인사드리는 척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눈물을 떨어뜨렸다.
( 장인어른, 장모님 제가 앞으로 조선생님 잘 모시고 살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 엄마 속 썪여서 미안하고 앞으로는 사람될게 ! )
그리고 축가 순서가 되어 준비한 축가를 하는데... 앞에서 너무 많이 울고 긴장한 탓인지 가사를 많이 까먹었다...
하지만 오히려 아내는 나 다웠다며 너무 감동이었다고 말해주었다. ( 감사합니다 아내님... )
그리고 신랑신부 행진 전에 마지막 순서로 장인어른이 하객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 순서가 있었다.
지금까지 곱게 키워온 딸을 시집 보내는 마음에 슬프셨는지 장인어른은 마이크를 잡고 한참을 아무말도 하지 못하셨다.
( 울음을 참으려는 숨소리가 예배당에 너무 크게 들려 방송실에 계시던 목사님이 마이크를 뮤트했다고 한다... )
그 모습을 보는 나와 아내, 장모님과 우리 어머니도 많이 우셨다. ( 하객 분들도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라 그랬는지 참 많이들 우셨다 )
그래도 아버님도 워낙 똑부러지신 분이라 준비한 멘트를 모두 마무리 하셨다.
그리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우리는 당당하게 행진을 시작했다.
과분한 관심과 축복을 받으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후에 사진촬영과 식사 후에 한 분 한 분 찾아가며 인사를 드렸다.
사진촬영이 지연이 되어 늦게 인사드린 분들도 있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다시 한 번 정말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결혼식은 끝이 났다.
정말 정신 없는 하루였고 결국 아내는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는지 병이 나버렸다.
그렇지만 너무 열심히 준비했기에 즐거웠고 은혜로운 결혼식이었다.
그리고 이 결혼식으로 결혼이 끝난 게 아니라, 이 결혼식을 통해 이제 우리는 출발선에 섰다.
앞으로의 삶이 너무 기대가 되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어떻게 나의 사랑을 전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짧게 나의 아내에게 편지 한 통 쓰며 나의 첫 번째 결혼식 배포 후기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조선생님.
긴 시간 결혼 준비하느라, 그리고 부족한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서약한 것처럼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부요할 때도 가난할 때도, 평안할 때도 괴로울 때도 사랑할게요.
항상 처음처럼 사랑하겠다고 약속은 못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사랑도 변하겠죠
하지만 누나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 사랑의 크기는 변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누나, 조선생님, 그리고 나의 아내.